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법 ‘걸림 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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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법 ‘걸림 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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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문학평론가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법 걸림 없는 삶

 


 

 

건강한 재료를 정성껏 고아낸 정갈하고 뜨끈한 곰탕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행복한 곰탕의 대표인 이종인 시인은, 원래는 요식업과는 관련이 없는 종교인이었다. 대학원에서 기독교 교육학을 전공하고 목사고시에도 합격했지만, 한국 교회의 행태에 실망한 나머지 목사 안수를 앞두고 목회자의 길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본질을 잃어버리고 비본질을 추구하는 한국 교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시인은 목사가 왕처럼 군림하는 교회에 실망하고 서슴없이 교회를 떠났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의 친구로 살면서 오직 진실을 말하다 십자가에 달린 갈릴리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점에서 그는 여전히 구도자다.

서사적 구조의 내면의 앵무새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진실을 전한 예수가 진실을 말한 이유로 십자가에 매달린 뒤 우리 내면의 앵무새가 되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은 시다.

여기서 앵무새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선량한 인물의 무죄를 상징한다. 하지만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진실을 말한 예수를 증오한다. 이는 입으로는 예수를 믿는다고 떠들면서도 그 행실은 예수를 따르지 않고 탐욕과 거짓에 탐닉하는 그릇된 신앙행태에 대한 고발로 내면의 앵무새가 된 예수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며 그에 따라 살려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부각한다.

시인이 내면의 앵무새가 말하는 진실을 추구하며, 어려운 이웃의 친구로 살아간 예수를 따르며 정의롭게 살고자 하는 소망은 이웃의 탄식에 귀 기울이며 이를 대신 말하는 대언자(代言者)로서의 사명감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그는 불의에 맞서 정의를 앞장서 외치다 산화한 젊은 시인을 추모한다. 이 추모에는, 어렵게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생활인의 남루함을 떨치고, 젊은 시인처럼 정의를 외치는 시를 쓰고자 하는 자신의 염원이 담겨 있다.

시인은 거센 비바람의 시련 속에서 슬픔과 외로움으로 눈물을 흘리지만 그 고통에 절망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되 집착하지 않는다. 세상의 희로애락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공간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며 고통 또한 한 과정일 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회피하거나 자책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이렇게 스스로 격려하고 북돋우는 태도는 시인을 다시 일으켜 세워 의연하게 한다. 이 의연함이 진실과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시인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나아가 주변의 작은 것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으로 확대된다. 시인은 사람을 해치는 말의 해악을 깨닫고 사랑의 말로 형제간의 화합과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나아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만을 강조하는 인간 중심주의의 좁은 테두리에서 벗어나 우주적 존재로서의 자각을 바탕으로 만유가 모두 대등하게 소중한 존재임을 감동적으로 노래한다. 이렇듯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가려는 시인의 연기적 세계관 이것이 바로 시인이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법이다. 그의 소망이 오롯이 담긴, 세 번째 시집 잘 참았다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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