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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토밸리산폐장 ‘반대’만이 해결책일까?

기사입력 2018.07.2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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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오토밸리산폐장 반대만이 해결책일까?

     

     

    이 글은 지곡면발전협의회장이 쓴 글이다당사에 접수된 기고문은 아니라는 점 밝혀둔다. 그러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주민갈등과 관련, 해결점은 무엇인지 짚어 본 지역 주민의 글인데다 산폐장의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적나라하게 설명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 SNS에 나온 글을 필자의 동의 없이 게제 한다. 당사는 필자의 요청이 있으면 즉시 이 글을 삭제하겠다는 뜻도 밝혀 둔다. 편집자 주.

     

    서산일반산업단지(:오토밸리)는 산업의 적정한 지방 분산을 촉진하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1997년 지정·승인되었으며, 지곡면 화천리, 무장리와 성연면 오사리에 조성되었다.

    당시 사업주인 현대정공(대표 박정인)’ 과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현대정공 지곡지구 유치추진위원회(위원장 김환욱)’ 가 토지보상 및 농업진흥지역 수용 문제, 지상권 문제 등 여러 가지 지역 난제를 극복하고 199611월 합의해 이뤄낸 산물이기도 하다.

    사업계획에는 단지 내 폐기물 처리장 설치가 포함되었으며, 일부 주민의 반대가 있었지만 모처럼 찾아온 대단위 개발 호재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큰 힘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다 1997년 말 IMF라는 초유의 국가사태가 발생하였고, 결국 200010월에 사업 시행자가 기아자동차로 변경되었다. 그 후 현대파워텍, 현대파텍스, 주행시험장 등이 입주하였으며, 남은 부지는 임대 및 분양방식으로 개인 또는 기업에 분양되었다  

    오토밸리 산업폐기물 매립장(이하 산폐장’) 역시 2012년 서산이에스티(공동대표 맹태호, 허성용)가 토지 매입 후, 서산시청에 신청한 허가가 미뤄지다 2013년에서야 입주계약이 성사되었다. 당시에는 소각장과 매립장 병행 시설로 계획되었으나, 후에 지역 이장들과 몇몇 단체가 반대하자 사업자가 일부를 수용하여 지금의 매립장만 진행하게 되었다. 

    서산이에스티는 2014년 초에 용량변경 설계도를 지곡면사무소에 한 달여간 비치하여 열람하였으며, 2014825(무장2리 회관)2015430(지곡면사무소) 두 차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였다. 그 사이(20141013) 사업자는 충남도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때까지 대다수 주민은 내용을 잘 몰랐고, 아는 주민도 법적 의무시설로 생각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마 산단 내법적 의무시설이라는 점이 간접적으로 작용한 거로 보인다. 중요한 점은 무관심이든 무인지이든 주민들이 몰랐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임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러던 중 지곡면 이장단 협의회는 20161110일 지곡면사무소에서 지역사회 발전과 상생을 도모하고,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다는 취지 아래 서산이에스티와 지곡면 발전기금 협약을 체결하였다  

    ·허가와는 무관하지만 이 협약은 결국 산폐장의 암묵적 수용이었고, 피해주민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었다. 사업자에겐 환경단체나 여타 단체의 반대에 대항할 수 있는 명분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여하튼 사업은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오토밸리 산폐장 사태가 지역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작년 5월경이다. 일부 주민이 산폐장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간의 진척상황을 모르는 대다수 주민은 당연히 거부감을 가졌다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오스카빌 주민을 중심으로 집단행동이 시작되면서 난관에 봉착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곡면 이장단 협의회였다. 기업과 상생협약까지 맺었는데 지역주민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지역의 대표성 상실은 물론 지금까지의 성과가 퇴색되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공개된 것처럼 지역발전기금(5000만원씩 5년간)을 받아 22개 부락에 공히 배분하였고, 안정적인 사업추진과 주민갈등 해소를 위해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까지 찾아가며 노력한 수고가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산업폐기물매립장 반대위원회(공동위원장 박민희, 한석화)와 백지화 연대(위원장 이백윤) 등이 발족하였다. 반대 운동은 더욱 조직화 되었고, 각종 환경단체와 시민단체가 합류하면서 간과되었던 절차적 ·행정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가두시위는 물론 단식투쟁, 고소·고발까지 사태는 시나브로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 중 하나는 주민들이 인지하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이 있었는가의 문제였다  

    환경영향평가나 주민설명회(공청회) 등이 절차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었는가에 대하여 사업자와 주민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또한 산폐장이 법적 의무시설인지에 대해서도 기준이 모호하며, 사업자의 영업구역이 산단 내인지 인근 지역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에는 입주계약부터 잘못되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역시 환경오염주민 생존권문제이다. 

    산폐장은 장례식장이나 소각장, 공동묘지, 송전탑, 유류저장소 등과 더불어 극단의 혐오시설로 치부되며, 전국 어느 곳이든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다.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요악의 시설이기도 하다. 혹자는 님비현상(Not In My Back Yard)의 대표적인 사례라 지적할지 몰라도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자발적으로 혐오시설을 유치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미미하다  

    님비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설물에 대한 안전성과 친환경성 등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여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해당 시설에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대화와 타협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간과하면 대립과 불신으로 치닫는건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다. 사업자 입장에서야 마치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를 대하듯 피하고 싶은 일이겠지만, 지역의 대표단체와만 긴밀하게 협의하고 추진했다는 것은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으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폐장은 인근 지역 주민에게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와 부동산 가격의 하락 등 경제적인 손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 반면 사업자는 매립량이나 규모가 확대될수록 이익을 얻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마치 치킨게임과 같아서 주민의 피해가 클수록 사업자의 이익은 증대되는 구조이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는 경제적 효율을 따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과연 이 사업이 주민 입장에서 찬성하고 쉽게 받아 드릴 일이었을까? 산폐장 유치로 파생되는 경제효과가 주민의 생존권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인지 되묻고 싶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섣불리 판단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법적 의무시설이라면 주민 대다수가 납득하고 수긍할만한 충분한 보상이 있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틀리다다르다는 엄연히 다른 의미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틀리다.’ 고 말하는 건 억지일 뿐이다. 청유를 넘어 강제하면 더더욱 안 된다.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를 충분히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결과가 어떻게 나든 접근하는 방법론도 중요하며, 과정 또한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다. 찬반논리를 떠나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업자나 해당 관청이 아닌 바로 지역주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장단 협의회의 그간 노력과 지역발전에 희생한 노고는 지역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그때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흔히 말하는 시대적 상황이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이 SNS와 소셜미디어가 활발한 시대에 암묵적 동의일률적인 여론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저마다 보는 시각과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주민들도 엄연히 지역주민이며, 견제와 대립의 대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존재이다. 방법이 다를 뿐 태어나 살아온 터전을 지키고픈 또 다른 표현의 발로일 뿐이다. ‘대표성이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흑백논리로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다. 좀 더 성숙하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사태를 직시하고,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연은 후세에게 잠시 빌려 온 것일 뿐, 결코 어느 한 두 사람이 결정할 수 없는 경외의 대상이다. 후세에 부끄러움이 없는 기성세대가 될 수 있도록 반목과 이견을 접고 이해와 존중으로 다가섰으면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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