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해 안전을 ‘실현’하자

 태안소방서장 김상식

 거안사위(居安思危)는 평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며 대비하라는 뜻의 사자성어다. 흔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유명한 속담처럼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앞으로 닥쳐올 수도 있는 위기에 대비하라는 가르침이다.

우리가 주변을 돌아보면 작은 관심으로도 많은 사건ㆍ사고를 예방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특히 밀접하고 소중한 보금자리인 주택에서 예고 없이 발생하는 화재를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해 가장 쉽고, 경제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화재는 총 3만 8659건으로 이중에 단독 및 일반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는 1만664건, 전체 화재의 27.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총 365명 중 183명(50.1%)으로 무려 절반이 넘는 수치다. 최근 5년간 화재 통계에서도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화재의 42.5%로 매년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겨울철은 건조한 날씨와 잦은 난방기구 사용으로 화재의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주택 내 화재 예방의 첫걸음인 주택용 소방시설은 2012년 2월부터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라 의무로 설치해야하는 주택화재경보기와 소화기를 말한다.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등에 설치해야 한다.

소화기는 건물 내 가구별·층별로 1개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 화재 발생 시에 실내의 연기를 감지해 경보음을 울려 신속한 대피를 돕는 주택화재경보기는 침실·거실·주방 등 구획된 공간마다 설치해야 하고 별도의 전기배선 없이 내장된 건전지로 작동되며 한번 설치하면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계청이 조사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소화기, 화재경보기를 모두 보유한 가구는 전체 가구의 60.6%(1267만 9000가구)로 미국(96%), 영국(88%), 일본(81%) 등 선진국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가까운 대형마트나 소방용품점, 인터넷 등에서 약 3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별도의 공사 없이도 드라이버 하나로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다. 아직까지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다면 이번 기회에 구비하고 사용방법도 숙지해야 한다.

화마(火魔)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이에 우리는 주변에서 언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주택화재경보기와 소화기를 설치해 안전을 ‘실현’해야 한다.

skcy21@newsport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