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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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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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준 인문학연구소 ‘꿈꾸는다락방’ 대표

 

 

[기고]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

 

 

 

 

 

이선준 인문학연구소 꿈꾸는다락방대표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물음에 답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삶일까.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이 아름다운 삶에 대한 레시피를 전한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Back to Burgundy’(부르고뉴로의 귀환)이고, 프랑스 제목은 ‘Ce qui nous lie’(우리를 이어주는 것)이다. 영화의 초반은 영어 제목에 전체 스토리는 프랑스 제목에 더 가깝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부르고뉴(Bourgogne)는 프랑스 중동부 지방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와인 명산지다. 영화는 부르고뉴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에서 펼쳐지는 3남매 장, 줄리엣, 제레미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리에서 상상할 수 없는 드넓은 초록빛 세상이 펼쳐진 프랑스 부르고뉴의 모습, 소박한 시골 풍경과 사계절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겨 눈부신 장면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포도밭이 맞는 사계절의 풍경은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룬다. 영화 기획에 7, 촬영하는 데만 1년이 걸린 만큼 보는 내내 와인처럼 잘 숙성된 영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맏아들 장은 어린 시절 와이너리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매일 아침 창밖을 보며 달라질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변한 건 없다는 장의 내레이션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성인이 된 뒤 이곳에서는 변하는 게 없다는 것을 인식한 그는 10년이라는 긴 세월 집을 떠나 생활한다. 그러던 중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둘째 줄리엣은 오빠가 떠나고 없는 동안 아버지로부터 와인 농장 경영과 와인 만들기를 배운다. 막내 제레미는 와이너리와 스파 등을 가진 부유한 집의 데릴사위로 살아가고 있다. 장은 맏아들로서 그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고 그런 아버지와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하다 호주 출신 알라시아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둘은 호주에 정착해 은행 대출을 받아 와이너리를 경영 중이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장은 코마 상태의 아버지를 병상에서 만나고 와이너리로 돌아와 동생들과 10년 만에 재회하지만 제레미로부터 격한 원망을 듣는다. 5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조차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형에 대한 원망을 쏟아낸다. 형은 그의 아내 알라시아가 아들을 출산한 때였던 만큼 그들을 남겨두고 올 수 없었다고 지난 사정을 얘기한다.

3남매는 소년 시절부터 와인 시음을 배웠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전통의 명문 와이너리를 잇게 하려는 아버지의 깊은 뜻에서다. 3남매 모두 성인이 되면서 포도 재배와 수확, 포도주 만들기의 전 과정에 대해 전문가 수준에 이르렀고 특히 막내 줄리엣은 큰오빠가 없는 동안 가업을 잇는 장자의 몫을 대신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전 재산을 3남매 공동소유로 남겼고 무엇을 결정하든 셋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했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단절됐던 관계 회복을 바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뜻일 것이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아버지 유산인 포도밭을 팔아야 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3남매는 어렵지만 결국 지켜나가기로 결정하면서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

어린 장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어 아버지 곁을 떠났지만 시간이 흘러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단절됐던 긴 시간이 오히려 서로의 관계를 와인처럼 숙성시키고 오래됐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랑을 깨닫게 되면서 서로를 견고하게 이어주게 된 거다. 오랜 시간 숙성될수록 좋은 맛과 향이 더 진해지는 와인처럼 우리의 삶에도 아름답게 익어갈 시간이 필요하다고 위로를 건넨다

 

 

skcy21@newsport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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