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정적인 양봉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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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안정적인 양봉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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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충남농업기술원 산업곤충연구소장

 

 

[기고] 안정적인 양봉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황수연 충남농업기술원 산업곤충연구소장

 

 

 

우리나라의 양봉산업 기술은 약 2000년 전 고구려 동명성왕 시대에 동양종 계통벌인 인도종이 중국을 거쳐 들어와 정착된 이래 백제의 태자 여풍은 그 기술을 일본에까지 전수하였으며, 서양종 계통벌은 윤신영(1880~?) 선생이 독일 유학을 끝내고 1910년 귀국 시 양봉에 관한 기술도 함께 들여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기술이 거듭 발달하여 현재 꿀벌 사양 군수는 약 270, 농가 호수는 29000호로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양봉 시장은 벌꿀과 화분만으로 약 17000억 원 이상의 양봉 산물이 생산되고 있다.

모든 식물의 결실은 수분에 의해 이루어진다. 식물이 번식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수술의 꽃밥에서 만들어진 꽃가루가 암술의 암술머리에 붙는 현상을 수분이라 한다. 꽃가루는 스스로 운동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곤충, 바람, , , 사람 등에 의해 옮겨진다. 특히 농작물 종류의 80%가 꿀벌, 나비, 나방 등 곤충에 의해 꽃가루가 운반 매개하여 식량의 조달이 가능하다. 일찍이 아인슈타인 박사는 만약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간도 5년 이내에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와 같이 꿀벌은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줄 뿐만 아니라 꿀과 화분 등 천연산물 그 자체로서의 벌꿀 생산은 물론 다양한 물질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바이오 건강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류는 꿀벌과 공존하면서 보다 나은 건강과 치유를 위해 5~6차 산업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현재 국내 양봉 산업이 전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꿀 생산량이 줄고 해마다 안정적 생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한·베트남 FTA 등 시장개방으로 인한 꿀 수입량 증가와 밀원부족, 과다한 사육밀도, 영세 양봉업자 과다 등으로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 양봉산업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농작물 결실의 매개체로서의 역할과 다양한 천연 양봉 산물제공 등 무한한 시장 잠재력을 고려할 때 양봉산업의 가치는 실로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2018년 국회에서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어 양봉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양봉농가의 안정적인 정책수립, 전문인력 양성, 국제협력 촉진, 예산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꿀벌 병해충 발생·확산방지를 위한 조치와 보상규정 신설을 포함한 밀원식물의 식재·조성 등 양봉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양봉산업은 주로 생산단계에 집중함으로써 산업화를 위한 노력과 정책연구에 소홀하였다. 양봉 선진국이 꿀벌의 공익적, 산업적 가치를 일찍이 인식하여 양봉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봉 산업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서는 밀원식물 확충 및 다양화가 필요하다. 국내 꿀 생산은 아카시나무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어 다양한 꿀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하므로 벌꿀 생산량 증대와 다양한 맛, 기능성을 갖춘 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밀원을 고루 식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꿀벌의 우수품종 육성 및 보급이 시급하다. 100여 년 전에 도입한 꿀벌은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여왕벌 공중교미 습성에 의해 반복 교잡이 일어나 현재는 거의 순종을 찾아보기 어려움으로 꿀벌의 인공수정이나 격리교배 등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유전자원을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비 절감 및 시설현대화도 이루어져야 한다. 양봉농가의 경영수준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동양봉이 아닌 고정양봉으로의 전환과 저온저장고, 현대적 시설의 채밀실을 갖춰야 한다. 더불어 친환경 양봉관리가 추진돼야 한다. 꿀벌에 발생하는 각종 질병과, 항생제의 오남용, 사육시설의 청결,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먹이원에 대한 관리 등 각종 매뉴얼과 기준 지침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그 밖에 법령정비, 품질기준 강화, 양봉산물 다양화, 연구 및 교육기관 확충, 연구개발 보급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양봉산업 발전 및 선진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

올해 아카시 벌꿀 작황은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5월 유밀기에 연거푸 내린 비와 바람으로 평년작의 50% 수준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아카시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야간의 차가운 날씨로 꽃꿀 분비에 지장을 받고 있고 비바람으로 한꺼번에 우수수 떨어져 버리는 아카시에 전적으로 의존하기엔 어려운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양봉산업의 선진화 노력과 함께 다양한 밀원식물 확보를 위한 만생종 아카시 나무를 심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밀원 수종을 가꾸고 산림의 수종을 갱신하는 적극적인 지원이 선행될 때 꿀벌 사양 농업인들에게 밝은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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