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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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文學

별 헤는 밤/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별 헤는 밤(윤동주).jpg

 

 

 

별 헤는 밤/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 , ,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

 

 

  

작가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시인. 북간도 출생. 일본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재학 중 사상범으로 체포돼, 이듬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41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 시집(自選詩集)을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가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사후에 햇빛을 보게 돼, 1948년 유고 30편이 실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간행됐다. 주로 1938~1941년에 쓰인 그의 시에는 불안과 고독과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용기로 현실을 돌파하려는 강인한 정신이 표출돼 있다. 작품으로 자화상’(1939), ‘또 다른 고향’(19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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