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招魂)/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이 시는 1920년대 ‘창조’지를 통해 등단한 김소월이 습작기를 지나 스스로의 독자적 시세계를 구축한 이후 창작된 작품이다. 초혼은 소월 전기 시를 총결산한 시집 ‘진달래꽃’에 완성된 형태로 첫선을 보여 남다른 위상을 차지한 시(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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