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 성 추행 혐의 인정 전격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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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부산시장 성 추행 혐의 인정 전격 사퇴

오거돈부산시장
사진은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시장 직 사퇴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오거돈부산시장
사진은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시장 직 사퇴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오거돈 부산시장,성 추행 혐의 인정 전격 사퇴

 

불필요한 신체접촉, 머리 숙여 사죄

 

오거돈 부산시장이 20대 여성 보좌관 성 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23일 전격 사퇴했다. 광역단체장의 부하 여직원 성 추행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오 시장은 이날 강제 추행으로 볼 수 있는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책임을 지겠다고 성 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시청 9층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저는 오늘 부로 부산시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저는 한 사람과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것은 해서는 안 될 강제 추행이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이러한 잘못을 안고 위대한 시장 직을 수행한다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특히 이 어려운 시기에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허물을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고 나가고자 한다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에게 사죄드리고 남은 삶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피해자가 또 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언론인 여러분 포함, 시민 여러분이 보호해 달라모든 잘못은 오로지 제게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러한 부끄러운 모습 보여 드려 너무나 죄송하다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이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을 너무너무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 기억해달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편 오거돈 부산시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부산시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 시장권한 대행 등을 역임하며 부산시 행정을 이끈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해양대 총장, 세계해사대학 이사 등을 역임하며 해양수산분야 전문가로 꼽혔다.
오 시장은 부산시장에만 4번째 도전한 끝에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서병수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그는 30년 동안 지방권력을 독점해온 보수정당의 문제점을 겨냥하고, 변화 적임자로 자신을 내세웠지만 약 2년 만에 ‘성추행’이란 불명예스러운 일을 스스로 인정하며 부산시청을 떠나게 됐다.

 

부산/뉴스포탈= skcy21@newsportal.kr

<오거돈 부산시장 사퇴 기자회견 전문>  

참으로 죄스러운 말씀을 드리게 됐습니다. 저는 오늘부로 부산시장 직을 사퇴하자고 합니다.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350만 부산시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책임 이루지 못해 송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 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편함의 신체접촉을 했습니다. 강제추행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을 떠나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단점으로 위대한 시민께서 맡겨주신 시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정상적인 시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용서를 구하면서 나가고자 합니다. 공직자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에게 사죄드리고 남은 삶 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한가지만 부탁드립니다. 피해자분께서 또 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언론인 여러분을 포함해서 시민들에게서 보호해 주십시요.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34기끝에 당선돼 잘하고 싶었지만---사랑하는 부산을 위해 참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기 되어 너무나 죄송스럽지만 유일한 선택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을 너무나 사랑한 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십시요. 시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성명 전문>  

지난 2018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부산에서는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처음으로 당선되었다. 19903당 합당 이후, 한 쪽으로 쏠린 부산의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뀌는 순간이었다. 부산의 여성계를 비롯한 진보 시민사회는 부산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선 이후 오거돈 시장이 보여준 모습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변화를 말하기에 무색할 정도였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에 대해서, 당선 이후에는 입장을 바꾸어 아직까지 구성되지도 못하였다. 이번 사퇴가 있기 전까지 2년 동안 오 전 시장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부산시정 전반에 걸쳐 성인지 감수성이 녹아들도록 해야 했다.

우리 상담소는 피해자를 통해 이번 성폭력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은 오 전 시장이 당선 이후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이나, 지난 2018년 회식자리에서 여성노동자들을 양 옆에 앉힌 보도자료 등에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상담소가 피해자를 지원하고 부산시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 전 시장과 보좌진들이 피해자를 위해 노력한 점은 성폭력 사건 이후 최소한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사퇴 이후의 부산시는 철저하게 달라야 한다. 부산시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여 피해자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2차 가해를 예방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부산시의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부산시에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를 구성하고 성평등 교육을 통한 조직문화와 인식개선에 나서야 한다. 성폭력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산시 전체가 '성평등한 부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이번 사건은 부산이라는 지역 공동체의 문화가 남성 중심적이며 성평등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며 이를 방치해 온 것에 대하여 부산시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용기를 내어 성폭력 사실을 증언한 피해자와 함께 하는 길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성평등은 더 이상 미뤄도 되는 '사소한 것'이 아니며, 부산이라는 지역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숙제이다. 성평등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부산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이제 더 이상 시민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성평등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이제 성폭력 없는 사회, 여성이 없는 사회, 성평등한 사회라는 과업을 부산에서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라.

 

                                                                                                                2020.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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