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큰 꿈은 연탄가스처럼 아무도 모르게…”
‘성완종 리스트’의 망령에서 벗어나 정치 무대로 생환(生還)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본인이 나아갈 방향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했다.
남북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미국에서 약 40일 만에 지난 22일 귀국한 이 전 총리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충남 천안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중대한 정치 이벤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당 후보들의 당선을 위한 지원활동에는 어디든 발 벗고 나서겠다며, 6월 정국에는 ‘도우미’ 역할에 머물 것임을 드러냈다.
하지만 자신의 원내 진입을 견제하는 당 지도부와 신경전을 벌이다 돌연 도미(渡美)해 ‘미국 구상’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2020년 21대 총선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이후 원내에 안착해 자연스럽게 당권에 도전함은 물론 장차 대권을 향한 큰 그림도 그릴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아직 이완구는 죽지 않았다”라며 건재함을 과시한 그는 “제가 민선 4기 충남지사를 할 때 충북지사였던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이 자리에 와 있는데, 충청도가 큰 인물을 배출한다면 가장 근접해 있는 분이 정우택이라고 생각한다. 큰 꿈을 이룰 수 있는 분들 중 가장 강력한 분이고, 저 역시 강력히 추천하는 분”이라며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자임하는 듯한 발언도 해 눈길을 끌었다. 상황에 따른 그가 충청대망론 구현의 마중물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23일 기자회견에서도 의미심장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큰 꿈은 연탄가스처럼 아무도 모르게 슬며시 찾아온다”라고 말한 그는 “용맹과 지략은 관용과 너그러움을 이길 수 없다. 앞으로 어떤 역할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지금까지의 이완구의 모습과는 다른 여러분들이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고, “충청대망론은 살아있다. 나를 포함해 충청대망론과 닿아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분들을 돕거나 내가 직접 나서거나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며 현재의 백의종군이 더 큰 미래를 향한 숨고르기임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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