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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하노이 조미회담 결렬 대화 의욕 잃을 수도
-최선희 북조선 외무성 부상 1일 인터뷰서 밝혀
다른 핵 시설은 그대로 보유하고 영변 핵 시설만 폐기하는 대가로 美 트럼프를 통해 UN대북제재 전면해제를 얻어내려던 김정은 북조선 국방위원장의 속셈은 하노이에서 거절당했다. 조금 내주고 많이 얻으려던 속셈이 드러나 국제적인 망신살을 산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조미 정상회담을 갖고 美트럼프를 상대로 이러한 아전인수격 술책을 폈지만 트럼프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7일 트럼프를 처음 만났을 때는 ‘비핵화 의지가 없으면 하노이까지 오지 않았다’고 말해 핵 무력화 수순을 밟는 대신 美에 특별한 요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게 했다.
하지만 미 트럼프의 의지는 단호했다. 대북제재 전면해제 수준의 대북제재를 해제하려면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김 위원장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한반도 비핵화나 핵 포기 의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하노이에 체류 중인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다음 날인 1일 “지금으로서는 미국과 회담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 북조선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거래 계산법에 대해서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북조선이 미국에 제시한 ‘영변 핵 시설 폐기’는 미국 핵 전문가 참관 하에 진행할 예정이었으며,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변 핵 시설을) ‘깨끗하게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고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美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입장은 달랐다. 영변 핵 시설 폐기 이외에 강선의 핵 시설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시설도 폐기에 포함할 것 등을 요구했다. 美로서는 북조선이 대북제재 전면해제를 요구한 마당에 핵 무력화 내지 비핵화 수준을 요구한 셈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말로는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실제 핵 무력화 요구는 거절했다.
최 부상은 이날 김 위원장의 베트남 친선 방문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오후 2시 38분쯤(이하 현지시간) 숙소인 멜리아 호텔을 나서면서 일부 남측 기자들과 약 7분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미국과 계속 대화를 할 생각이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해야) 하나 싶다”고 답변했다. 북측 경호원들이 최 부상과의 대화를 막으려는 호텔 직원 등에게 “우리 부상 동지와 대화중이니 놔두라”고 제지하며, 인터뷰는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최 부상은 ‘김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많이 실망했는가’라는 질문에 “실망보다는 (미국의) 거래, 계산법에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신다”면서 “생각이 좀 달라지시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에 회담하면서 보니까, 이런 회담을 계속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라고도 했다. 최 부상은 또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 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뭐가 돼도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미국 측의 반응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앞서 이날 새벽 기자회견에서는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 조미 거래에 대해 의욕을 잃지 않으실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북한이 광범위한 품목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외신 보도에 대해선 “그게 왜 광범위하냐”고 반문했다. 최 부상은 “(북이 해제를 요구한 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에 관한 제재였다. 그러나 15개월 동안 이를 중단하고 있는데도 유엔이 전혀 해제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의제로 오른 영변 핵 시설 폐기에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우리가 제시한 영변 핵 시설이라는 게 만만치 않은 것이다. 아직까지 핵 시설 전체를 폐기 대상으로 내놔 본 역사가 없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15개월 중지, 핵실험 중지 두 사안을 가지고도 응당 프로세스가 돼야 할 유엔 제재 결의들이 영변 핵 폐기를 해도 안 된다고 얘기하니까, 이 회담 계산법이나 자체도 혼돈이 온다”고 했다.
‘영변 핵 시설 폐기의 시한을 말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런 것과 관련한 문제 같지는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영변에 대해서 정말 깨끗하게 포기하고, 깨끗하게 폐기할 입장을 내놨다”며 “우리가 한다는 ‘폐기’는 미국 핵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명백하게, 투명하게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 부상은 “우리가 했던 그런 요구사항(부분 제재 해제)이 해결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대화 재개 가능성도 내비쳤다.
최 부상은 앞서 이날 새벽 0시 14분쯤 리용호 외무상과 진행한 심야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 요구는) 2016년부터 취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조선(대북) 결의 6건 중 2270, 2375호 등 5가지, 민생과 관련된 부분만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었다”며 “민수용, 민생용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을 뿐 군수용은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제안한 것은 영변 핵 단지 전체에 대한 영구적인 폐기”라며 “이러한 제안에 대해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도 북한의 요구 사항과 관련해 “이건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다”며 “이러한 원칙적 입장은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팀=창 skcy21@ccnewsla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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